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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단편 소설

[여장단편소설]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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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소설의 내용은 모두 허구이며, 가상의 인물과 설정입니다. ###

 

 

 

 

 

 

 

 

찰칵! 찰칵! 찰칵!

 

 

 

 

 

 

 

 

숨가쁘게 터지는 플래시에도 이연수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았다.

 

무쌍의 도도한 눈, 작고 오똑한 코, 붉은 입술은 무표정같이 보이는 표정에도

 

얼굴에 한껏 의미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오케이, 다음 갈게요!

 

 

 

 

 

 

 

 

 

촬영 감독의 오케이 싸인이 터지자 마자 그녀의 매니저 정창민이 달려왔다.

 

그녀가 들고 있는 가방을 받아주기 위해서이다.

 

 

 

 

 

 

 

 

 

 

-- 힘들지? 물 줄까?

 

-- 괜찮아..

 

-- 바로 다음 가자. 힘들면 말해.

 

-- 아냐.

 

 

 

 

 

 

 

 

보기에도 아찔해보이는 힐을 신은 이연수는 안 그래도 175cm의 여자로서는 큰 키에 더해져

 

촬영 현장의 모든 사람을 압도했다. 늘씬하게 쭉쭉 뻗은 팔 다리와 가는 몸매에

 

작은 얼굴까지 더해져 그녀가 엄청난 모델임을 몸매만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오늘의 촬영은 백화점 광고사진이었기에 쉴틈없이 옷과 가방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그녀는 익숙한 듯 여러 포즈를 자연스럽게 취했고, 덕분에 많은 촬영이 남아있었지만

 

빠르게 촬영을 마무리해갔다.

 

 

 

 

 

 

 

 

 

 

 

 

 

-- 수고하셨습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했어. 연수야.

 

 

 

 

 

 

 

 

 

 

 

촬영을 끝낸 그녀는 밴에 들어가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녀의 매니저 정창민은 운전하며 그녀에게 말했다.

 

 

 

 

 

 

 

 

 

 

-- 오늘 그래도 괜찮았지?

 

-- 빨리 끝나서 다행이야..

 

-- 다음 촬영 언제야?

 

-- 내일. 아침이니까 일찍 자 둬.

 

-- 요즘 왤케 바쁜거야. 일정 적당히 좀 잡아.

 

-- 이 매니저 오빠가 너를 위해 열심히 발로 뛰는데

   그렇게 말할래? 오빠한테 혼난다.

 

-- 오빠는 무슨 오빠. 나이도 어린게..

 

-- 너 조심해. 너 예전신분 들키면 모델인생 끝난다.

 

-- 알았어. 알았다고. 내가 더 잘 알아.

 

 

 

 

 

 

 

 

 

이연수, 그녀는 사실 희귀병 BTG218 환자다.

 

30대 초반의 나이로 발병한 그는 병을 초기에 발견해 집중적인 치료를 받았다.

 

오강수 박사에게 받은 치료는 치료라기 보단 적응이라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변화하는 몸에 적응해버린 것이었다.

 

이 병은 신체가 여성의 특징을 나타내도록 변화하는데, 그는 발빠른 적응의 결과로

 

겉으로는 절대 의심할 수 없는 여자보다 더 여자같은 몸을 갖게 되었다.

 

물론 외형적인 부분만 변했을 뿐 완전하게 성이나 정체성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패션 디자이너가 꿈이었던 그는 자신만의 옷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학력도, 능력도 변변찮은 그에게는 도달할 수 없는 목표였다.

 

그러나 병이 완전히 끝난 후 그는 20대 여성의 새로운 신분을 가지게 되었고,

 

패션의 꿈을 버리지 못한 채 그의 후배 한 명과 함께 모델일을 시작한 것이었다.

 

 

 

 

 

 

 

 

 

 

175cm의 키는 남자 키로는 평균에 가까운 키였지만

 

여자가 된 이후로는 모델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큰 키였다.

 

적응 후에 빼빼 마른 여자모델들의 체형에도 맞을 만큼 몸도 많이 말라있었다.

 

그는 여성복을 디자인 해본 적은 있어도 자신이 입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그의 머릿속에는 새로움과 호기심이 공존했다.

 

어쩌면 그런 다른 모델들과는 다른 감정과 동기가 그를 조금 더 차별화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밤의 적막을 뚫고 그녀의 밴은 도로를 달렸다.

 

 

 

 

 

 

 

 

 

 

 

 

 

-- 도착할 때 까지 푹 쉬어.

 

-- ......

 

-- 이미 자는구만.

 

 

 

 

 

 

 

 

 

 

운전대를 잡은 정창민은 잠깐 지나치는 백화점 건물을 바라보았다.

 

백화점 건물에는 이연수가 짧은 스포츠웨어를 입고 긴 머리를 휘날리며 남자 모델과

 

서 있는 함께 광고사진이 크게 박혀 있었다.

 

여자들을 홀리는 여성복을 입고 광고하는 저 매력적인 모델이 사실은 남자이다..

 

뒷 좌석에 앉아 긴 다리를 쭉 뻗고 힘 없이 잠들어 있는 저 예쁜 모델은 사실은 남자이다..

 

이런 아이러니함을 혼자만 알고 있는 그는 슬며시 미소를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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