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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단편 소설

[여장단편소설] 변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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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소설의 내용은 모두 허구이며, 가상의 인물과 설정입니다. ###

 

 

혼란해진 머릿속을 견딜 수 없었던 김방민은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고등학교 동창이자 오랜 절친 박창수를 불러 술집으로 향했다.

 

 

-- 이야 오랜만이다~ 요즘 일하느라 바빠서 서로 통 연락을 못했네.

 

-- 고민이 있어서 불렀어. 믿기 어렵겠지만 좀 들어봐.

 

-- 뭔데?

 

 

그는 창수에게 그 동안 자신의 몸에 일어났던 변화, 방금 오강수 박사에게 들은 병의 내용을

 

전부 털어놓았다. 창수는 묵묵히 듣고 있었다.

 

 

-- 믿기 어렵지만, 아까부터 너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그래서 거기서 말하는 관리를 받을지 말지 고민인 거야?

 

-- 치료는 어렵다고 하고, 이대로 계속 두면 변화가 계속 진행되어 버티기 힘들 거래.

    근력도 약해지고, 목소리도 조금씩 변할 거고..

 

-- 내 생각을 말하자면, 지금 너가 처한 상황을 100프로 이해하긴 어렵지만,

    나라면 오히려 이걸 기회로 이용할 수 있다고 봐.

 

-- 뭐가 기회야.. 지금껏 이뤄놓은 가정, 친구관계 모두 끝장내고 새로 시작하라고?

    다른 사람으로?

 

-- 하지만 다시 20대의 몸을 갖게 되는 거잖아. 사실상 20대로 돌아가는 거라고.

   우리 이제 40대야. 이제 신경 써야 할 것도 많고, 몸도 예전 같지 않아.

   하지만 너가 새 몸을 가진 거라면 그런 부담은 없어지는 거지.

 

-- 와이프는 어떡해.? 병수는 이제 11살인데 어떻게 나 혼자 떠나버릴 수 있겠어..

 

-- 떠나는 게 아니야. 다른 모습으로 다시 만나는 거라고 생각해.

   너가 그동안 사회생활한 짬으로 20대의 신입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해봐.

   그냥 다 씹어먹는거지.

 

-- 그냥 몸만 젊어진다면 괜찮을지도 몰라. 근데 여자처럼 변한다니까?

 

--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지 않아도 돼. 일단 좀 마시자.

 

 

 

김방민은 소주를 깠다. 변해가는 몸 때문인지 예전보다 어지럽고 힘이 들었다.

 

하지만 그 어지러움으로 인해 그가 안고 있던 고민들을 잠깐 잊을 수 있었다.

 

 

-- 야! 몸 조심하고 잘 들어가!

 

-- 그래. 나와줘서 고맙다. 고민 들어줘서도 고맙고..

 

-- 빨리 집에나 들어가. 그렇게 아끼는 네 와이프가 걱정한다.

 

-- 너도 들어가. 간다~

 

 

박창수는 김방민이 집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네. 박사님. 시키신 대로 했습니다.

 

-- 반응은 어떻습니까..? 조금 흔들렸던가요?

 

-- 어느정도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사실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요.

 

-- 알겠습니다. 다른 변화가 있다면 연락 주세요.

 

 

 

김방민은 그 이후로 몇주간 평범하게 회사를 나갔다. 눈에 띄게 체격이 작아지고,

 

골반과 가슴이 조금씩 발달하기 시작하여 여성의 몸을 닮아가고 있지만

 

일부러 큰 사이즈의 옷을 입으며 어떻게든 감추고 회사에 출근하고 있었다.

 

 

-- 정말 괜찮겠어..?

 

-- 뭐가?

 

-- 이렇게 숨기며 사는거 말이야. 알지 모르겠지만, 요즘 목소리도 달라지고 있어.

 

-- 점점 힘이 들긴 하는데... 방법이 없잖아. 우리 병수도 있고

 

-- 여보가 괜찮다면 그 박사가 하는 프로그램 받아도 돼.

    나는 정말 괜찮아.

 

-- 그거 받으면 나는 아예 다른 사람이 되는 거야. 남은 삶을 여자로 살아가야 한다고.

    나야 내 마음은 같지만, 너가 그 이후로도 나를 예전처럼 볼 수 있겠어?

 

-- 이미 여보는 많이 달라졌어. 어차피 예전같을 순 없을 것 같아.

    그만 받아들이고 치료 받자.

 

-- 치료가 아니라니까! 그냥 병을 받아들이는 건데 괜찮아?

 

--  죽는 병도 아닌데 뭐. 계속 볼 수 있어.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는 마..

 

 

그는 참아왔던 울음이 터졌다. 다른 사람들은 남의 일이라고 쉽게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자신만 이 일을 못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건 그 동안 묵묵히 그와 함께 걸어갔던 아내 오영수는 진심으로

 

그를 위해 자신도 감수하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 많이 힘들지도 몰라. 하지만 우리는 힘든 일도 잘 이겨내서 여기까지 왔잖아.

 

-- ..............

   알았어.

 

 

 

그는 그날 저녁, 오강수 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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