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100화 - 카페앞에서
하늘이 너무 맑은 날이었다.
어디로 놀러가고 싶은 그런 날.
오랜 친구를 만나고 싶은 그런 날이었다.
나는 스타벅스 앞에서 민국이를 기다렸다.
민국이를 만나는 것도 오랜만이지만,
이렇게 여장을 한 모습으로 민국이를 만나는게 무척이나 쑥쓰러웠다.
윤정이가 가져온 옷을 그대로 입고,
나는 민국이에게 연락했다.
윤정이의 말을 듣고 원래대로 돌아온 것 처럼.
예전의 나. 김수철로 돌아온 것 처럼 말했다.
그리고 이제 다 끝났으니 만나자고 했다.
-- 으... 부끄러워.
나는 완전하게 지애가 된 상태로, 윤정이의 도움을 받아
메이크업까지 마친 상태로 서 있었다.
나는 분홍색 테니스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상의는 매우 얇은 흰색 티를 입고, 아이보리색 니트 가디건을 걸치고 있었다.
테니스스커트의 길이는 허벅지의 중간 정도밖에 오지 않을 정도로 짧았다.
테니스스커트는 길이도 짧지만, 밑단이 넓어서 조금만 움직여도
치마가 들썩이기 때문에 무척이나 신경쓰였다.
게다가 윤정이가 준비한 비장의 무기(?) 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지애로 살고 싶다고 말했지만, 지금의 모습은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지나가며 슬쩍 쳐다보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도 너무 부끄러워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어졌다.
민국이가 다가왔다.
민국이는 내 모습을 보고 당황하는 것이 느껴졌다.
-- 민국아. 안녕.
나는 자연스럽게 민국이에게 인사했다.
원래 여장을 하고 지애로 생활할 때에는 스무살이므로 오빠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여장을 하고 있더라도 원래의 나, 김수철이 되어 민국이를 대하라고
윤정이가 말해줬기 때문에 그냥 편하게 불렀다.
-- 김수철 너, 이제 그만 둔다며.
-- 응.
-- 이제 다 정리했다고 전화로 그랬잖아.
-- 그랬지.
테니스스커트를 입은 여학생과, 편한 트레이닝복 복장의 남학생은 카페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나는 선택했어.
지애로 살아가고 싶어.
-- 뭐????
-- 지애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생겼어.
나는 정말 많은 고민을 했고,
어려운 고민 속에 내가 어떤 상황에 있을 때 행복한지를 생각했어.
민국이는 나를 뚫어져라 보며 내 말을 듣고 있었다.
-- 지애가 되어 사는 순간 하나하나가, 내게는 참을 수 없을 만큼 행복했어.
너와 롯데월드에서 교복을 입고 즐겼던 순간,
카페에서 만수와 커피를 만들며 일했던 순간,
너와 데이트를 하며 보냈던 순간까지.
원래 평범한 나로 돌아가는 순간, 나는 모든 걸 잃게 돼.
-- 결국 너도 지애를 연기하고 있을 뿐이잖아.
나도 지애의 모습인 너가 좋아.
하지만 언젠가 너는 그 모습을 그만둬야 된다고 너가 말했잖아.
-- 지애의 모습으로 계속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
김지애라는 사람의 신분을 받을 수 있다고.
-- 네 말은, 그럼 아예 여자로 살겠다는 거야?
원래 스물세살, 김수철의 너는 어떻게 되는 건데?
-- 지애의 신분을 얻으면, 김수철의 신분은 사라지게 돼.
원래의 나로는 돌아갈 수 없어.
나는 앞으로 계속 김지애로 살아가게 되겠지.
민국이는 약간의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 그, 그럼. 몸도 완전히 여자가 되는 거야?
-- 완전히 여자가 되는게 아니야.
여자처럼 보이려고 더 노력하겠지만,
몸은 원래의 나와 그대로인 거야.
--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지애로 살아간다는 거지?
-- 응.
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 지애가 되어 살아간다고 해도,
나는 남자를 좋아하긴 힘들 것 같아.
지애로 살고 싶은 것일 뿐 완전히 여자가 된 건 아니니까.
-- 그러면, 여자를 좋아한다는 거야?
-- 모르겠어. 정말 완전히 지애가 되면 달라질 수 있지만,
일단 지금은 여자와 남자, 그 누구에게도 끌리지 않아.
민국이 너만 제외하고.
-- 내가 선택을 하게 되면, 너는 나와 만나줄거야?
내 남자친구가 되어 줄 수 있어?
어쩌면 내게 가장 중요한 고백,
내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로의 선택을 나는 민국이에게 맡겼다.
---------------------------------------------------------------------------------------------
노벨피아 - 웹소설로 꿈꾸는 세상! - [TS] 짝사랑이 되어, 고백을 받는다
좋아하는 후배한테 고백을 하는 순간, 정신을 잃고 과거로 튕겨져 나갔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고백했던 후배의 몸에 들어가버렸다…! 아직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돌아가
novelpia.com
노벨피아에서 새로운 웹소설을 연재중입니다!
'소설들 > [여장소설] 마음대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장소설] 마음대로 (101) (1) | 2021.03.15 |
---|---|
[마음대로] 3.14 공지사항 (0) | 2021.03.14 |
[여장소설] 마음대로 (99) (2) | 2021.03.06 |
[여장소설] 마음대로 (98) (2) | 2021.02.28 |
[여장소설] 마음대로 (97) (2) | 2021.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