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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단편 소설

[TS소설] 짝사랑이 되어, 고백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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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고백공격, 성공인가?

 

 

나는 지금 뭘 하고 있었지?

 

 

맞다. 나는 지금, 고백을 하고 있었다.

과 후배이자, 동아리 후배인 아지에게.

 

 

손에 들고 있는 이 꽃은 뭐지?

어떤 할머니께서 주신 꽃이다.

사실, 나는 용기가 없었다.

누가 나 같은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겠어.

누가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하겠어….

 

 

하지만, 내가 들고 있는 이 꽃이 내게 말하고 있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돼.

너의 마음을 표현해.

다 너 덕분이라고. 정말 고마웠다고. 정말 감사했다고.

정말 너무나도, 즐거웠다고…….

 

 

내 기억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렇게 큰 용기를 내본 것이.

내가 이토록 좋아하는 아지에게.

나는 지금,

좋아한다고 말해버렸다.

 

 

아무도 없다.

내 앞에는 오직 아지만이 서 있었다.

아지의 뒷모습만이 보인다.

 

 

눈 앞이 흐려진다.

너무 긴장해버렸나?

해서는 안 될 짓을 해버린 건가?

아니야. 후회는 없다.

아지가 내 고백을 받아도, 거절해도 상관없어.

다만 내 고백을 싫어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

내 마음만이 전달되었다면 좋겠어…..

 

 

아지가 내 쪽으로 돌아본다.

눈 앞이 깜깜해지고, 정신이 혼미해진다.

아지의 대답을 듣고 싶어.

대답을 듣고 싶다고!

제발, 기운을 내!

 

 

 

 

 

 

===============================================================

===============================================================

 

 

 

 

 

이렇게 깊은 잠에 빠진 적이 있었던가…?

누군가 내게 최면이라도 건 것처럼, 의식은 돌아오고 있지만 손 끝 하나 움직일 수 없는 무기력함을

몸 전체로 느끼고 있었다.

 

 

떠오르는 가장 마지막 기억은 내가 아지한테 고백했던 그 순간이었다.

머릿속으로 셀 수 없이 연습했던 그 장면,

하지만 나는 고백에 대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아니, 대답을 들었지만 내가 잊어버렸을 지도

아니면 대답을 듣는 것을 거부했을지도 모른다.

내 머릿속에서 했던 연습은 고백하는 그 순간까지 일 뿐, 대답 이후의 상황은 전혀 상상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무기력함이 점점 가라앉고, 몸에 힘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고백하고 현기증에 쓰러져버린 건가?

아니, 고백을 하긴 한 건가?

그냥 꿈이었던 건가?

 

 

그렇네, 꿈이었어.

나 따위가 그 정도의 용기를 냈을리가 없지.

아무것도 못 하고 평생 바라만 보다가 당연하게도 잊혀지는 그런 사람,

아니, 잊혀지면 감사한거지.

그 존재 자체도 몰랐던 사람. 그게 바로 나란 사람이다.

흑흑

 

 

꿈속에서도 이렇게 슬퍼야 하나….

현자타임이 올 때쯤, 머리부터 기운이 돌아오는지

시야가 밝아지기 시작했다.

 

 

여긴 어디지?

처음 보는 천장이었다.

병원인가….?

 

 

쓰러져버린 나를 아지가 업고 병원까지 와 준건가?

아니, 119에 신고만 하고 사라져버렸을 수도 있다.

아니야. 아지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은 아니야.

내가 기운을 차리길 바라며 옆에 있을지도 몰라..

 

 

 

더욱 힘을 내어 상반신까지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머리를 움직이는데 이상한 푸석푸석한 감각이 느껴졌다.

이것은 머리카락인가…?

 

 

내가 누워있던 곳은 병원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내 방도 아니었다.

여긴 어디지?

 

 

장소가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느끼는 나의 모습,

내가 느끼는 나의 기운이

원래의 나와 매우 달랐다.

 

 

== ….

 

 

내 목소리도 달라졌다.

이 목소리는...

아지의 목소리이다.

 

 

…..?

 

 

내가 있는 방의 한 쪽 구석에는 장신 거울이 있었다.

몸 전체에 기운이 돌아왔고, 나는 몸을 일으켜 거울로 걸어갔다.

머리카락이 헝크러져 시야를 가렸지만, 머리카락 따위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거울 앞에 서자, 나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는 지금 내가 윤아지가 되었다는 사실을!

 

 

거울에는 놀란 표정의 아지가 서 있었다.

, 놀란 표정도 너무 귀엽잖아!

이번엔 아지의 표정이 귀여워서 참을 수 없어 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 귀여워하는 표정도 귀여워!

 

 

내가 생각한 표정대로 아지가 표정을 짓는다….!

이토록 귀엽고 아름다운 생명체가 있다니(?)

방금 자고 일어났기 때문에 화장을 전혀 하지 않은 수수한 모습이지만 오히려 좋다.

정말 친한 사람에게만 보여줄 수 있는 허물없는 모습이니까!

 

 

거울 앞에서 여러 표정을 짓고 있는 나는 드디어 생각의 끝에 다다랐다.

이건 꿈이다!

달콤한 꿈이다!!!!!!

 

 

보통 꿈을 꿀 때는 내가 있는 이 곳이 아무리 어색해도 꿈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다 꿈이라는 것을 알아챈 순간, 꿈에서 깨 버리기 마련이다.

지금의 나는 꿈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깨어날 것이다.

현실로 돌아가기 전, 아지의 얼굴을 마음껏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국장아.

    나는 너가 너무 좋아.

 

 

== 고백해줘서 고마워.

    사실, 나도 너를 좋아하고 있었어.

 

 

거울 속 아지가 내 고백을 받아주고 있다.

설레는 표정으로 말이다.

살짝 현타가 오긴 하지만…! 뭐 어때, 꿈이니까.

 

 

== 너 누구야.

 

== 으아아ㅏ아!!!!!!

 

 

혼자 있다고 생각한 이 방 안에서 중년 남자의 묵직한 저음이 들려왔다.

나는 너무 놀라 소리를 질렀고, 온 몸이 바르르 떨렸다.

누가 말한 거지?

분명 이 방 안에는 나 밖에 없었는데!

 

 

== 누구세요? 어디 있는 거에요?

 

== 여기.

 

== ????

 

 

아지의 방으로 보이는 이 곳은 원룸으로, 작은 방 한 개와 더 작은 주방이 붙어있는 구조였다.

기분 나쁘게 들려오는 저음의 목소리는 주방 쪽에서 들렸다.

그러나 주방에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 분명 아무도 없는데….

 

== 여기라고! 여기!

 

 

주방에 다가가 자세히 보니 깔끔하게 정리된 아지의 방에 어울리지 않는,

액체 슬라임 같은 덩어리가 올려져 있었다.

 

 

== 설마, 이 액체괴물?

 

== 액체 괴물이라니 말이 심하네.

 

== 으아! 액괴가 말을 한다!!!

 

 

목소리는 분명 액체 슬라임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슬라임을 한 세 통정도 한 곳에 부은 양의 슬라임은 꿈틀거리며 소리를 내고 있었다.

 

 

== 묻는 말에 대답해.

    너 누구야.

 

== 그러는 너는 뭔데!

 

 

방금 전 까지는 꿈에서 깨고 싶지 않았지만,

이 기분 나쁜 액체 괴물을 본 순간부터 잠에서 깨고 싶어졌다.

 

 

== 슬라임처럼 생겨서 말이 안 통하는 건가?

    이렇게 변하면 어때?

 

 

액체 괴물은 순식간에 모양을 바꾸어 하X보의 곰돌이 젤리처럼 변했다.

크기는 인형 뽑기에서 나오는 인형보다 조금 작은 수준이었다.

 

 

== , 친숙한 모양이 됐지?

   나는 세상의 질서를 유지하는 수호자 같은 거야.

   이제 너가 누군지 말해.

 

== 꿈 주제에 설정이 방대하네.

 

== ?

 

== 빨리 잠에서 깨야 해.

    이상한 게 더 나타나기 전에!!!

 

 

이제 충분하다. 이 꿈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나는 머리카락을 잡고 잡아당겼다.

아지의 머리카락은 꽤 길었기 때문에, 쭉 잡아당기기 편했다.

 

 

== 그만해! 여긴 꿈이 아니라고!

 

== 꿈이 아니면, 내가 아지가 될 리가 없잖아!

    왜 안 깨지는 거야!

 

== 진정하라니까!

 

 

머리카락을 잡아 당기고, 내 뺨을 내가 때려봐도 내 눈 앞에는 여전히

곰돌이 모양의 액체 괴물이 있었다.

나는 여전히 아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뭐지?

꿈이 왜 안 깨지지?

 

 

== 믿고 싶지 않겠지만, 너는 다른 세계로 왔어.

 

== 조용히 좀 해봐. 액체 괴물.

 

== 수호자라니까!

    머리 그만 잡아당기고, 내 말 좀 들어.

 

 

통증이 그대로 느껴진다.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생생하다.

마치 현실처럼

 

 

나는 잡고 있던 내 머리카락을 놓았다.

 

 

== 이제 좀 진정이 되었나보군?

 

== 옥상에서 뛰어내리면 깨지겠지?

 

== !!!!!

 

 

나는 현관문으로 걸어가 문 손잡이를 잡았다.

곰돌이 액괴가 어느새 날아와 내 손과 문 손잡이에 들러붙어

내가 손잡이를 돌리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 이거 놔! 액괴!

 

== 액괴가 뭐야!

    그보다, 진정 좀 하라니까!

 

 

손잡이를 돌리기 위해 씨름을 하다 진이 빠진 나는, 털썩 주저앉았다.

액괴는 그제서야 내 손을 놔주었다.

꿈을 깰 방법이 사라지자, 나는 멍한 상태가 되었다.

 

 

== 이제 내 말이 좀 들려?

 

== ……….

 

== , 윤아지가 아니지?

 

== .

 

== 그러면, 넌 누구야?

 

== 나는, 이국장.

 

== 윤아지의 학교 선배구나?

 

 

 

나는 깜짝 놀랐다. 나를 어떻게 아는 거지?

 

 

== 액괴, 너 나 알아?

 

== 알지.

 

== 어떻게 알아?

 

== 말했잖아. 나는 이 세계의 수호신 같은 존재라니까.

 

== 수호신? 그러면 잠에서 깰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

    이제 충분해. 돌아가고 싶어.

 

== 안타깝지만,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은 나도 몰라.

 

== 원래 세계? 그럼 여기는 어디야?

 

== 여기도 하나의 세계야.

    너가 원래 있던 곳은 또 다른 세계이고.

 

== 꿈이 아니라, 다른 세계라는 거야?

 

== 이제야 말을 듣는구나.

    맞아. 여긴 너가 있던 곳과 다른 세계야.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일단 믿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아지가 되어 있고, 내 앞에 액체괴물이 말하고 있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 어떻게 하면 돌아갈 수 있어?

   제발 알려줘!!

 

== 나도 모른다니까.

 

== 수호자님! 제발!!

 

== 돌아갈 방법은 모르지만, 너는 다른 세계에 왔고,

    너는 여기 세계에서 당분간 적응해야 해.

 

== 적응…?

 

== 네 몸을 봐. 지금 윤아지의 몸이지?

 

== .

 

== 너는 이 세계에서 윤아지로 살아가야 해.

 

== !!!!!!!!

 

 

내가 아지로 살아가야 한다고?

불가능하다.

하루만 지내도 내가 아지가 아니라는 것을 바로 눈치챌 것이다.

 

 

== 너가 언제 원래 세계로 돌아갈지 모르겠지만,

    여기 있는 동안에는 윤아지로 삶을 살아가야 해.

    너는 윤아지가 할 만한 행동들을 하고, 윤아지처럼 생각해야 해.

    너가 윤아지의 삶을 바꾸거나,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얘기지.

 

== 그건 안 돼.

    나는 아지가 될 수 없어.

    나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내가 아지처럼 행동하는건…. 불가능해.

 

== 살면서 사소한 행동들은 달라도 돼.

    하지만 큰 줄기의 흐름은 바꾸면 절대 안 돼.

 

== 만약, 흐름이 달라진다면, 어떻게 되는데?

 

== 너가 영영 사라져버릴 수도 있어.

    아니면 무한루프에 갇혀 버릴지도.

 

 

왜 나한테 이런 시련이….

아지로 살아가라고?

아지의 여자친구가 되고 싶었을 뿐, 아지가 되고 싶은 건 아니었다.

섣불리 고백을 해서 그런 건가?

나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과분한 사람에게 고백을 해서 신이 벌을 주신 건가?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으면, 모두 다 없던 일로 하고 싶었다.

 

-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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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피아 - 웹소설로 꿈꾸는 세상! - [TS] 짝사랑이 되어, 고백을 받는다

좋아하는 후배한테 고백을 하는 순간, 정신을 잃고 과거로 튕겨져 나갔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고백했던 후배의 몸에 들어가버렸다…! 아직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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