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소설에 나오는 인물, 사건, 배경은 모두 허구입니다! &&
여장 단편 소설 심장 1,2편과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앞부분을 먼저 읽고 와주시기 바랍니다!
수아가 데려간 곳은 놀랍게도 헌팅 포차였다...
-- 여긴 헌팅 포차 아니야?
-- 여자 둘이서 술 먹으면 심심하잖아.
-- ????
나는 건물로 들어가려는 수아의 손을 잡았다.
-- 왜?
-- 앞으로 이제 여장은 못 할 것 같아.
뭔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고, 너와 다른 관계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평소보다 심장박동도 빨라지고, 이 긴장감도 더 이상 못 견디겠어.
-- 긴장 안 해도 될 정도로 자연스러운데... 많이 힘들면 더 이상 안 시킬게.
대신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제대로 여장생활을 즐겨봐.
-- 알았어. 이해해줘서 고마워.
용기를 내서 말했지만, 순순히 받아주는 수아의 모습에 약간 감동(?) 이었다.
-- 안주 뭐 먹을래?
-- 음.. 나는 순살치킨?
-- 오케이.
사실 술을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 헌팅 포차같은 곳은 가본 적은 없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근데 이 곳을 여자로 오게 되다니 정말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주변 테이블과 말을 걸고, 합석을 하는 것이 자유로운 이 곳의 특성상,
우리는 남들에게 커플이 아니라 여자 두 명으로 보일 것이고, 그 말은
헌팅과 합석의 먹잇감이 충분히 될 수 있다는 뜻이었다.
-- 우리가 가서 말 걸까?
-- 누구한테?
-- 당연히 남자테이블이지.
-- 야 너는 남자친구 앞에서 그런..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옆에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 안녕하세요. 혹시 두 분이서 오셨나요?
-- 네.
수아는 그 남자의 말을 바로 받아주었다. 당황했지만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 저희도 남자 둘이서 왔는데, 안주를 너무 많이 시켜서 배부르네요. 혹시 같이 드실래요?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지만, 결국 합석하자는 소리다.
하지만 내게 선택권은 없었고, 수아에게 모든게 달려 있었다.
-- 넵 좋아요.
-- !!!!
여자친구가 헌팅을 당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봐야 하는 모습이라니
애초에 수아는 평소에 다른 남자 얘기를 잘 하지 않았었다.
나 말고 다른 이성은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충격이었다.
-- 실례하겠습니다.
한 명은 안경을 쓰고 살짝 마른 몸에 약간의 모범생 느낌을 풍기는 스타일이었고,
한 명은 넓은 어깨에 밝은 인상으로 얼굴만 보면 상견례 프리패스를 할 것 같은
호감가는 인상이었다.
-- 자기 소개부터 할까요?
남자들부터 자기소개를 했다. 남자들이 자기소개를 하는 동안 내 소개를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했다.
내가 여기서 여자라고 하면 이 남자들에게 거짓말로 속이는게 되어버리고,
남자라고 하면 난리가 날게 뻔했다.
곰곰히 생각하다 그냥 이름만 말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수아차례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내 차례가 되었다.
-- 저는 김진수입니다. 수아랑 같은 스물두살이에요.
-- 되게 허스키한 목소리시네요.
-- 이름이 되게 중성적인 이름이군요.
그냥 내 이름을 말했기에 이상하게 생각할까 걱정했지만 그냥 그럭저럭 넘어갔다.
어차피 내가 여자라고 말은 안 했으니 속이는 건 아닌 것(?) 이다.
이후 잡담도 하고, 술 게임도 하고 네 명이서 재밌게 놀았다.
상견례 프리패스 상의 이 남자는 이청배로, 레스토랑 알바를 해서 그런지
목소리부터 느껴지는 매너가 좋았다.
남자가 봐도 멋있다고 느껴지는 남자인 것이다.
남자들도 건전(?)하게 놀고 싶다고 했기에 우리의 술자리는 거기서 끝이 났다.
나도 점점 재미있어져 좀 더 놀고 싶었지만, 수아가 술을 잘 못 마시는 나머지
정신줄을 놓기 직전이 되어버렸기에 갑자기 파토나버렸다.
-- 수아야. 정신 차려!
-- 응? 나 괜찮은데..
-- 힘드시면 가셔도 돼요. 택시 불러드릴까요?
-- 이 근처라 걸어갈 수 있어요. 지금 가야될 것 같네요.
나는 수아를 부축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 진수씨. 괜찮으시다면 번호 좀 주시겠어요?
수아를 부축하며 포차에서 나온 뒤, 한참을 같이 걸었다.
수아를 집까지 데려다준 뒤, 나도 집에 가서 뻗어버렸다.
여장한 채로 그대로 누워버렸지만, 다행히 부모님이 자고 계셔서 들키지는 않았다.
방 안에 들어오는 햇빛은 무시한채 자다가 지끈거리는 머리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깼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상태를 보니 원피스 차림에 풀 메이크업을 한 어제 모습 그대로였기에
금방 정신을 차리고 세수를 하러 갔다.
-- 까똑!
가발을 벗기 위해 거울을 보고 있던 중, 누군가에게 카톡이 왔다.
나는 심장이 쿵쾅거림을 느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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