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외전 11화 - 현도
오빠와 나는 지하철을 타고 홍대로 향했다.
오빠가 여자치고는 키가 크기 때문인지, 아니면 예뻐서(?) 인지 오빠를 쳐다보는 시선이 많이 보였다.
오빠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모르겠지만, 옆에 있는 나는 확실히
다른 사람들이 오빠를 쳐다보는게 느껴졌다.
오빠의 다리가 이 정도로 예쁜지도 몰랐었다. 그 동안 만났을 때에는 반바지 입는 모습도 못 봤기 때문에
그냥 말랐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 내 손으로도 발목이 한 손에 잡힐 정도로 얇고, 가녀렸다.
남자다운 다리 근육도 없이 매끈한 라인으로 쭉 뻗은 다리를 보니 왜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열이 받았다.
-- 지애야.
-- 응?
-- 우리가 오늘 뭐 할건지 알고 있어?
-- 그 <STB>만나러 가는거 아니야?
-- 게릴라 이벤트가 있을 수도 있는데, 일단은 카페 돌아다니는 거야.
카페에서 팬들도 만나고, 같이 대화도 나누고 생일도 축하해주는 거지.
-- 아~ 그런거 안 해봐서 몰랐네.
-- 현도 오빠 알아?
-- 현도.... 오빠 알긴 알지.
사실 현도 오빠는 스물두살이라 나한테는 오빠지만 스물셋인 수철이 오빠에게는 동생이다.
그래도 뭐 잘생기면 오빠(?)니까 상관없다. (물론 수철이 오빠도 잘생기긴 했다.)
-- 너도 오늘 돌다보면 현도 오빠한테 빠질수도 있다
그러면 나중에도 같이 가는거지.
-- ㅎㅎㅎ;;;
근데, 이따가 나 시간 좀 줘야돼.
-- 아 맞다. 너 강남 가야된다고 했지?
-- 옷가게 잠깐 들려야 해서. 두 시간 정도면 될거야.
같이 가도 되구.
-- 나는 그럼 아는 친구랑 만나고 있을게. 잘 다녀와.
-- 그래.
목적지에 도착한 바로 첫 카페에 도착했으나, 사람이 너무 많아 바글바글했다.
역시 세계적인 아이돌인건가..!
-- 안 되겠다. 지애야. 흩어져서 사람 없는 카페부터 찾자!
-- 그래. 언니.
우리는 둘로 쪼개져 카페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아직 사람이 없는 카페를 찾아
줄을 서고 지애를 불렀다.
-- 왔어?
-- 응..
-- 근데 왤케 늦었어. 카페가 멀리 있었나?
-- 그게... 오는데 번호 물어보는 남자들 때문에...
-- ?!?!
-- 키가 좀 커서 그런지 모델인 줄 알았나봐.
'
순간 울컥했다.
나도 못 받아본 길거리 번호따임을 오빠가...!
물론 오빠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장을 하고 있긴 하지만 여자가 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남자가 번호를 물어보는 상황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오빠에게 매력(?)을 느꼈다는 뜻이니 패배자가 된 기분이었다...
-- 지애야.
-- 왜?
-- 언니니까 말해주는 건데, 번호 따는 남자들 조심해.
어차피 번호 알려줘도 잘 되지도 않을 뿐더러, 귀찮을거야.
그냥 무시해.
내가 어땠는지 물어봐야 할 판이지만, 꼴에 언니(?)라고 조언을 해주는 내 자신이 초라했다.
그냥 원래의 오빠로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마저 들었다.
현도오빠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 수철이오빠에게 집중하게 되는 모습이 너무 화가 났다.
-- 알았어..
-- 자 그럼 기다리자.
이 카페는 그렇게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기다리니 음료와 여러 굿즈들을 받을 수 있었다.
-- 와~ 이건 못 봤던 사진인데!
-- 내 것도 가져.
-- 아냐. 나 주지 말고 현도 오빠 사진 가져.
보다보면 또 좋아질 수도 있어.
나도 당한(?)게 있기 때문에 오빠를 골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는 여장이 취미일 뿐 몸(?)은 아직 남자니까 아마 수치심이 마구마구 들 것이었다.
-- 잘 생기긴 했네. 현도 오빠.
-- 그치? 나중에 좋다고 나처럼 쫓아다니지 말구.
-- ㅎㅎㅎ;;
본격적으로 우리는 카페 투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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