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61화 - 원래대로?
나는 카페 앞에서 윤정이를 기다렸다.
나름 윤정이가 신청한 데이트이니 멋지게 입고 싶었지만, 사실 여장을 시작하기 전에는
잘 꾸밀 줄 몰라서 두세가지 옷 정도를 돌려입었다. 체크무늬 남방 스타일을 극혐하는
수정이가 그나마 코디를 해줘서 데이트 때에만 수정이가 지정한 옷으로 스타일링을 하곤 했었다.
아무리 코디를 해봐도 전보다 살이 빠져 날씬해진 이 체형에 남자 옷으로 멋을 내기란 쉽지 않았다.
거기다 단발의 머리를 가리기 위한 모자도 써야 했으니 코디는 더욱 어려웠기에
한시간 정도를 고민하다가 구관이 명관(?) 이라고 결국 맨날 입던 옷대로 입고 나왔다.
-- 오빠. 옷이 이게 뭐야!
-- 윤정아, 안녕.
-- 수정이 언니 만날 때는 좀 볼만 했었는데, 역시 바로 돌아왔구나..
안되겠어. 내가 오늘 손 봐줘야지.
-- 그런가..? 나는 이게 편한데.
-- 이 파란색 체크무늬 좀 버리라니까! 동아리에도 맨날 그거 입으니까 여자들이 안오지.
-- 그러면 오늘 너가 좀 꾸며줘 ㅎㅎ
방학동안 윤정이를 못 봤으니 어색해질만도 했지만 윤정이가 워낙 잘 해주기 때문에
금방 예전과 같이 돌아올 수 있었다.
-- 일단 그 대두 모자부터 벗자. 오빠 얼굴도 작으면서 그런거 쓰면 손해야.
-- 아.. 안돼!
필사적으로 모자를 움켜잡았다. 모자가 벗겨지면 그 동안 길러왔던 머리가 단번에 노출되고
윤정이에게 바로 내가 지애였음을 들킬 것이다.
-- 모자랑 한 몸이 된거야..? 과잉반응 뭔데. 알았어. 모자는 안 건드릴게.
-- 다음엔 벗고 올 테니까. 오늘만 좀 참아줘.
간단히 밥을 먹으러 수제버거집에 왔다.
-- 여기 내가 좋아하는 집인데 어떻게 알았어?
-- 당연히 기억하고 있지. 예전에 막 새로운 메뉴 나왔다고 가고 싶다고 했었잖아.
수정이랑 사귈 때에는 윤정이가 내게 마음이 있는 지 전혀 몰랐다.
하지만 여장을 하고 지애로 만나면서 윤정이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수정이와 사실상 헤어지게 된 지금 이 상황에서 내게 온 윤정이를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 되었다..
-- 오빠.
-- 응?
-- 수정이 언니랑 언제 헤어졌는지. 지애는 어떻게 만났는지 설명해 줄 수 있어?
-- 아..? 그게..
윤정이는 수정이랑 내가 헤어지고 난 후 지애를 만났고, 지애랑 헤어진 후
지애는 민국이랑 사귀고 나는 솔로인 상태로 알고 있다.
어차피 지애는 끝났고 더 이상 이야기 나올 일도 없으니 적당히 지어내서 둘러대기로 했다.
-- 일단 수정이는 수정이가 헤어지자고 해서 그렇게 된거고.
-- 수정이 언니가?
-- 응..
뭐 수정이가 헤어지자고 한 건 맞으니 이 부분에서 거짓말은 아니다.
-- 지애는 부모님 친구라서 알게 된거야.
-- 부모님 친구?! 의외네.
오빠가 먼저 사귀자고 했다며 (17화 참조)
-- 어? 그렇지.
내가 언제 그런말도 했나보다. 윤정이가 기억력이 좋아서
자칫 잘못 말했다간 거짓말이 들통날지도 몰랐다.
침을 꼴깍 삼키며 다음 둘러댐(?)을 이어나갔다.
다른 글들도 보고 싶다면??!
2020/01/29 - [소설들/[여장소설] 마음대로] - [여장소설] 마음대로 (16)
[여장소설] 마음대로 (16)
16화 - 추격전 -- 사장님, 안녕히 계세요. -- 그래. 지애야. 내일 보자. 카페 알바를 끝내고, 힘든 몸을 이끌고 자취방으로 향했다. 정신없이 알바를 하다 보면 여장을 하고 있다는 것도 종종 까먹었
rachnam.tistory.com
윤정이의 첫등장..!
2020/03/14 - [소설들/[여장소설] 마음대로] - [여장소설] 마음대로 (37)
[여장소설] 마음대로 (37)
37화 - 국밥 민국이에게 카톡해보니 알바 끝나서 쉬고 있는 중이라 했다. 사고싶었던 예쁜 옷도 샀겠다 민국이에게 같이 저녁 먹자고 했다. 분홍 블라우스에 플레어스커트를 입고 구두를 신은 그
rachnam.tistory.com
윤정이의 두번째 등장!
2020/06/05 - [소설들/[여장소설] 마음대로] - [여장소설] 마음대로 (58)
[여장소설] 마음대로 (58)
마음대로 58화 - 후배 몇 달간의 짜릿했던 여장 생활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원래의 나로 돌아왔지만, 그동안 지애로 지내면서 원래의 나는 잠적해버린 상황이었기에 사실상 모두에�
rachnam.tistory.com
윤정이의 세번째 등장!
2020/07/22 - [소설들/단편 소설] - [여장단편소설] 만우절
[여장단편소설] 만우절
### 본 소설의 내용은 모두 허구이며, 가상의 인물과 설정입니다. ### -- 오빠, 내일이 무슨 날인지 알아? -- 잠만, 이것만 하고. -- 카트 좀 그만해. -- 너 땜에 벽에 박았잖아. 뭔데?? -- 내일 만우절�
rachnam.tistory.com
새 단편소설!
'소설들 > [여장소설] 마음대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장소설] 마음대로 (62) (0) | 2020.07.27 |
---|---|
마음대로 7.24 공지사항 (앞으로의 일정 - 공개완료) (1) | 2020.07.24 |
[여장소설] 마음대로 (60) (0) | 2020.07.05 |
[여장소설] 마음대로 (59) (0) | 2020.06.15 |
[여장소설] 마음대로 (58) (0) | 2020.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