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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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면담 결과 : 퇴사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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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 결과만을 안절부절하며 기다리고 있던 B팀의 팀원들은
장건배가 의외로 오랜시간동안 대표실에서 나오지 않자
별 일 없을 거라는 기대를 품었지만,
사내공지로 발송된 위와 같은 퇴사 결정 결과를 받자 난리가 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건배가 대표실에서 나왔고,
김대리가 달려와 이유를 물었다.
-- 어떻게 된 거야?
왜 그대로 퇴사 결정을 한 거야...?
-- 제가 부족한 점이 많았나봐요.
죄송합니다.
비서직을 선택했지만, 장건배로서의 일은 여기서 끝이다.
다른 신분으로 비서직을 맡게 된다.
즉, 오늘이 장건배로 일하는 마지막 하루가 된다.
-- 건배야....
김대리는 알 수 없는 장건배의 표정에 어떤 말을 꺼내야 할 지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장건배는 이미 앞으로 비서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만 머릿속에 가득했기 때문에
현재 퇴사에 관련한 건 그리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장건배가 속했던 B팀에서의 인사가 있었다.
팀원들이 자신을 모두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잘 챙겨주었던 이부장님,
매일매일 커피타임을 가지고 격려해주었던 김대리님.....
장건배는 눈물을 흘렸다.
--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모두들 열심히 하시길 바랄게요.
마지막으로 송별회를 해주겠다는 이부장의 말도 거절하고,
장건배는 그대로 사내 메일과 계정을 정리한 뒤
자리를 정리하고 회사를 나왔다.
-- 이 시간에 회사 나가는 건 처음이네...
매일매일 거의 제일 늦게 퇴근하다시피 한 장건배에게
오후 2시에 퇴근하는 건 상당히 어색한 일이었다.
장건배는 회사 건물에서 나와 지하철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 건배야!!!
뒤에서 김대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장건배는 멈춰 서 뒤를 돌아보았다.
김대리가 뛰어왔다.
-- 대리님...
-- 이제 회사 나왔으니까 형이라 불러.
시우형... 해봐.
-- 시우형...
김대리의 본명은 김시우였다.
마지막까지 이토록 자신을 잘 챙겨주는 사람은 김시우밖에 없었다.
자신이 학자금 대출 빚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회사에서 유일한 사람이자,
힘들 때 술 한잔 마시자고 편하게 부를 수 있는 회사에서 유일한 사람이었다.
-- 나도 돈이 넉넉하지 않지만, 어려우면 언제든 연락해.
진심이니까, 꼭.
언제든 만나면 밥 사줄테니까.
-- 형... 정말로 고마웠어요.
장건배는 오오테크에서 비서일을 다시 맡을 것이기 때문에,
장건배에게 있어서 일은 끝이 아니었다.
하지만 회사 사람들은 모두 장건배가 그냥 퇴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상황.
김시우에게만큼은 비서 일로 다시 돌아온다고 말해두고 싶었지만,
여장을 해야 하고 들키면 안 되는 상황에서 쉽게 말할 수 없었다.
-- 꼭, 다시 돌아올게요.
그때까지 잘 있어야 해요.
-- 알았어.
잘 가....
김시우의 흰 피부에 눈물이 흘렀다.
김대리에 있어서는 같은 팀의 유일한 아랫사람이자 막내인 장건배가
자신에게는 매우 소중하고 특별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장건배의 떠나는 뒷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모습을 대표실에서 주성재는 전부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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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입구에 도착하자, 장건배에게 전화가 한 통 왔다.
-- 여보세요.
-- 장건배씨. 지하철 6번 출구로 지금 나오세요.
목소리를 보니 아까 주성재의 경호원 오남진이었다.
약간은 하이톤의 목소리인 오남진은 그 떡대와 체격과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를 가졌다.
-- 알겠습니다.
장건배는 지하철 6번 출구로 그대로 나왔고,
오남진이 운전하고 있는 벤츠가 한 쪽 길가에 서 있었다.
이 차는 주성재가 회사 업무용으로 타고 있는 차였다.
-- 뒤에 타세요.
-- 네.
자동차의 푹신한 감촉을 느끼며 장건배는 뒷자석에 앉았다.
오남진은 장건배가 앉는 것을 확인하고 엑셀을 밟았다.
-- 아까 대표님이 말씀 드렸다시피, 오늘부터 3개월간 케어프로그램을 받아야 합니다.
생활에 필요한 물품은 센터에서 전부 제공되니, 따로 가져가실 물품은 없습니다.
비용도 대표님이 전부 지불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 네...
-- 부디 잘 적응해서, 3개월 뒤에 달라진 모습으로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팀의 막내로 열심히 하던 장건배는
하루 사이에 달라져버린 자신의 상황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는 않았다.
장건배는 여장에 적응하기 위해 앞으로 세 달 간 센터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오남진이 운전하는 자동차는 서울 외곽으로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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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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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은 매우 짧은 기간이지만, 오오테크는 그 사이에도 더 크게 성장했다.
또 다른 대기업과 공급망을 체결하여, 부품을 납품하게 된 것이었다.
그 덕분에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B팀의 성과급도 상당히 주어졌으며,
바쁜 일과 속에서 막내였던 장건배의 흔적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장건배가 맡던 일은 대부분 김대리가 하게 되었으나,
김대리는 다시 막내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더욱 열심히 한 탓에
그의 빈자리가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 김대리, 잠깐 얘기 좀 할까.
-- 네. 부장님.
이부장과 김대리는 잠시 자리에서 나와 담배타임을 가졌다.
김대리는 비흡연자이지만, 이부장을 위해 라이터를 항상 가지고 있었다.
-- 후... 자네 그거 알고 있나?
-- 소자 테스트 결과 만기일 말씀하시는 건가요?
-- 아니, 오늘 오후에 대표님의 새로운 비서가 온다고 하는 군.
-- 아...!
저는 항상 대표님 옆에 계시는 오남진님이 비서이신 줄 알았습니다.
-- 오남진은 대표님 경호원으로 들어왔는데,
지금 비서 자리가 공석이라 겸직으로 맡고 있지.
예전 비서가 4년 전엔가 퇴사했거든.
-- 제가 막 입사했을 때 쯤이군요.
-- 그 비서가 퇴사한 뒤로 비서를 뽑지 않아서
나도 되게 의아하게 생각했거든.
근데 이번에 대표님이 마음에 드는 비서를 구했는지,
오늘부터 출근이라고 하는 군.
-- 혹시 그거 아십니까?
오늘이 건배가 갑작스럽게 퇴사한 지 3개월 째 되는 날입니다.
-- 건배 얘기는 안 하는 게 좋겠어.
너무 가슴 아픈 얘기니까...
-- 네...
김대리는 그 뒤로 장건배에 대한 소식이나 연락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장건배에게 연락할 수도 없었다.
그저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한편, 주성재는 오늘 모든 오후 일정을 취소하고 대표실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 오늘만을 기다렸지.
-- 저도 기대됩니다.
주성재의 옆에 서 있는 오남진도 거들어 말했다.
-- 그 동안 얼마나 달라졌는지 얼굴을 보러 가고 싶었지만,
오늘만을 위해 참았어.
-- 이따가 1시에 데리러 가겠습니다.
-- 조심히 데려오도록.
-- 네.
잠시 후, 2시가 되었다.
오오테크의 모든 임직원들은 회사 내에 있는 대회의실로 모였다.
모인 이유는 부장급 인원들에게 전달되어, 각 팀별로 전달되어 모두 알고 있었다.
바로 대표님의 새로운 비서가 임명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새로운 비서가 인사하는 자리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성재가 등장했고, 모든 임직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 자, 앉으세요.
오늘 이렇게 오오테크의 모든 임직원분들이 모인 건 다들 아시다시피,
새로운 비서를 소개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제 곧 도착한다고 하는데, 조금만 기다려봅시다.
자리에 앉아 지켜보고 있는 김대리는 의아했다.
비서를 소개시키는 자리는 이해할 수 있지만,
대표님이 와서 비서를 기다릴 정도라니....
보통은 새로운 비서가 먼저 와 회사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정상이었다.
얼마나 대단한 비서를 뽑았길래 이러는지 싶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뒷 문을 열고 한 젊은 여자가 들어왔다.
굽이 있는 구두 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당당하게 걸어 들어왔다.
김대리는 새로운 비서를 천천히 살폈다.
키는 160 중후반 정도... 꽤 큰 편이었다.
큰 키 탓인지 꽤나 구두를 신고 걸어오는 모습이 꽤 멋지게 느껴졌다.
머리는 어깨가 좀 넘는 길이로 묶고 있었다.
얼굴은 약간은 동그란 모양의 큰 눈, 그리고 귀여운 듯 오똑한 코.
그리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웃음짓는 눈까지...
흔히 말하는 과즙상이라 불리는 밝은 인상의 여자였다.
이 사람이 대표님이 선택한 비서인가.
그럴 만 하군.
김대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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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피아 - 웹소설로 꿈꾸는 세상! - 은밀한 여장 비서
B팀의 막내 생활을 하던 27살 남자 장건배. 갑자기 퇴사 위기를 맞게 되고 뜬금없는 대표의 여장 비서 역할을 제안 받는데... 비서로 돌아온 장건배를 노리는 남자들.
novel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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