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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여장소설] 은밀한 여장 비서

[여장소설] 은밀한 여장 비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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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대표실 안쪽에 위치한 미팅룸은 주성재가 회사 내에서 VIP와 얘기를 나눌 게 있거나,
정말 상담이 필요한 직원이 요청할 경우 은밀하게 얘기하는 공간으로 사용되었다.

장건배도 이러한 미팅룸을 사용할 일이 없어 처음 보는 방의 풍경에 놀랐다.
마치 고급 호텔에 온 것 같은 짙은 갈색으로 이루어진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주성재는 자신이 맨날 앉던 자리에 자연스럽게 앉았다.
장건배가 앉지 않고 놀란 눈으로 서 있자, 손으로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 앉아.

-- 아, 네.


푹신한 소파와 같은 촉감의 의자는 앉자마자 기분이 좋아질 정도였다.
주성재는 장건배가 앉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 잘 들어. 내가 여기서 얘기하는 내용은 전부 비밀이다.
    여기서 내게 들은 내용을 발설하면 너는 바로 명예회손으로 고소당할거야.

-- 넵.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길래 이렇게 처음부터 겁을 주는지 장건배는 조금 긴장했다.
오남진이 가져온 비밀 유지 각서에 서명을 한 후, 주성재는 말을 이어갔다.


-- 현재 B팀의 막내이자, 입사 2년차인 장건배.
    너에 대한 건 대충 다 알고 있어.
    임원평가에서 C를 준 것도 나고 말이야.


이럴수가, 대표님이 직접 C를 준 거라니.
장건배는 당황스러웠다. 보통은 팀과 관련된 다른 임원들이 평가를 담당하지만,
대표님이 직접 직원평가를 했다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그냥 그대로 퇴사인 것이었다.



-- 어째서...

-- 아까도 말했지만, 너는 이대로면 퇴사다.
    다음달부터 출근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너는 내게 간절함을 보여줬어.


장건배는 무슨 얘기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 그래서 너에게 기회를 주려고 해.
    바로 비서직이다.


비서....?
생각치도 못한 기회(?) 였다.
오오테크에 기술자로 입사했는데, 갑자기 비서직을 맡으라니,
장건배는 주성재의 쌩뚱맞은 소리에 이해를 할 수 없었다.


-- 비서....요?

-- 그래. 내 비서가 되는 거다.
    너에게 남은 기회는 그것 뿐이야.

-- 저는 비서가 무슨 일을 하는 지도 모르고...

-- 내 일을 도와주면 돼.
    전화를 받고, 일정을 잡고. 내 손과 발이 되어주는 거다.


솔직히 말해서, 어떤 일이던지 시키면 다 할 수 있었다.
장건배에게는 아직 그 정도의 패기는 남아있었다.
하지만 겨우 비서직을 가지고 비밀 유지 각서를 쓰지는 않았을 터.


-- 비서... 시켜주시면 하겠습니다.

-- 내가 제안하는 건 특별한 비서야.
    바로, 여장 비서.

-- ?????


여장 비서라는 말에 장건배는 당황했다.
나보고 여장을 하라는 소리인가?


-- 여장... 비서요?

-- 솔직히 말해서, 
    내가 왜 비서 경험도 없는 자네에게 내 비서 자리를 맡아달라고 할까?
    비서직도 경쟁이 치열해.
    현재는 공석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당장 내일부터 일할 수 있는 엘리트를 뽑을 수 있어.
    하지만 내가 자네에게 제안하는 비서 자리는, 여장을 하고 해야 하는 비서 자리야.


여장비서라니, 난생 처음 들어보는 개념(?)에 장건배는 당황했다.
남중-남고-공대-오오테크(?) 를 밟은 장건배의 삶에
여자는 그리 만날 일이 많지 않았다.


-- 왜 여장을 하고 비서 일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 그럴거면 여자 비서를 뽑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겠지?
    하지만 그 개념은 완전히 달라.
    아무래도 여자비서보다는 남자비서가 체력적으로 더 뛰어나지.
    하지만 나는 여자비서를 좀 더 선호해.
    여자비서가 일처리가 더 꼼꼼한 면이 있거든.
    남자비서와 여자비서의 장점만을 합친 게 바로 남자가 여장을 하고 비서 일을 맡는거야.

-- ????



갑자기 주성재라는 사람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23살의 나이에 벤처 창업으로 성공한 사람,
현재 32살의 성공한 CEO이자 잘 나가는 대표인 주성재.
이런 특이취향을 가지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 제가 여장을 하고, 대표님의 비서 일을 맡아달라는 말씀이신 거죠?

-- 그래.
    네 몸과 얼굴 관리는 내가 다 알아서 해 줄거야.
    그 어느 여자보다도 아름답게 만들어주지.

-- 성형... 같은 걸 받는 건가요?

-- 이미 네 얼굴은 완성되어 있어.
    거울도 안 보고 사나?

-- .....?


평소 예쁘장하게 생겼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이미 27살이나 먹고 군대도 갔다 온 마당에
그런 칭찬들이 썩 기분 좋지는 않았다.


-- 몸도 체격도 작고 뼈도 가늘어서 관리만 좀 받으면 되겠네.
    이제 선택만 남았어. 계약서 가져와.


오남진은 계약서를 가지러 잠시 미팅룸 밖으로 나갔다.


장건배는 잠시 생각했다.
여장을 해야 한다. 어떤 느낌일 지 모르겠지만 그에게는 커다란 도전이었다.
그냥 주성재와 일을 하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여장을 하고
들키지 않게 여자비서로 일을 해야한다.

아무리 간절하더라도, 이 일만큼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말씀은 감사(?)하지만, 죄송합니다.
    이 일은 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 잘 생각해 봐.
    나는 이 일을 아무에게나 제안하지 않아.
    자네가 적격이라 생각해서 이렇게 말한 거야.

-- 죄송합니다....


오남진은 계약서를 가지고 왔다.
주성재는 계약서를 받아 장건배에게 내밀었다.


-- 자네, 지금 연봉 얼마 받지?

-- 계약 연봉 2800만원입니다.

-- 이 비서직을 수락하면, 연봉 4000만원을 주지.


순간 장건배의 눈은 반짝였다.
무려 현재 연봉보다 1200만원이 높은 액수.
이과생인 그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고,
현재보다 1200만원을 더 받는다면 
이 초과분을 4년만 모아도 4800만원으로 빚을 다 갚게 된다.
물론 세금도 생각해야겠지만, 충분히 많은 액수인 것은 분명했다.


-- 비서는 일반적인 직군과 다르게 예외적으로 적용되어 연봉이 쎄거든.
    그 밖에 얻는 장점들도 있을 거야.
    여기에 여장을 하면서 드는 비용은 기본적으로 내가 다 제공하지만,
    추가적으로 너가 더 써야 할 것이 분명 있을거야.

-- 어떤 것들이죠....?

-- 요가나 필라테스, 전신 제모 이런 비용들은 다 내가 지불하지만,
    자네가 따로 생활하면서 옷이나 화장품을 사야 하니깐,
    그 부분들은 월 50만원씩 자기관리비로 따로 챙겨두도록 하지.


장건배에게는 파격적인 액수의 금액이었다.
여기서 거절하고 그만두면 앞으로 취직에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몰랐다.
하지만 비서직을 수락하게 되면 연봉이 1200만원이 오르고, 월 50만원의 관리비도 따로 받는다.


-- 물론 내일부터 바로 여장을 하고 출근하라는 건 아니야.
    3개월의 시간을 주지.
    내가 잘 아는 센터가 있어.
    거기서 케어를 받으면서 간간히 비서 일에 대한 공부도 해서
    정확히 3개월 뒤에 복귀해.


주성재는 장건배의 흔들리는 마음을 눈치 챈 것인지
거절할 수 없게끔 앞으로의 일정을 계속 말했다.



-- 비서직으로 가면, 계약직인 건가요?

-- 2년씩 계약하도록 하지.
    하지만 자네가 그만두지 않는다면, 아마 오래갈 수 있을 거야.
    당연하지만 신분은 지금의 장건배가 아닌 다른 여자의 신분으로 입사하게 될 거야.
    자네는 여자비서로 일하게 되는 거고, 사실 남자비서라는 걸 아는 사람은
    여기 있는 나와 오남진 단 둘 뿐인거지.


장건배는 오직 연봉만이 눈에 아른거렸다.
2년만 일해도 총 8000만원.
현재 2800만원의 연봉으로는 3년은 일해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 퇴근을 하면, 원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건가요?

-- 퇴근 후에는 내가 간섭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여장은 유지해줬으면 하는데,
    그래야 다시 업무에 복귀할 때 집중할 수 있으니까.


주성재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업무와 업무 외의 일상이 180도 달라져버린다면
순간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일들도 있을 수 있었다.
실수하여 남자라는 게 밝혀지는 순간 퇴사도 각오해야 할지도 몰랐다.
완전히 여자 비서로 적응해 일을 하려면 업무 외에도 여장을 하고 있어야 했다.


-- 그래서 자기관리비를 따로 주는 것이고.
    어때, 이제 좀 마음이 바뀐건가?


장건배의 마음은 확실히 흔들렸다.
거절하고 퇴사했을 경우의 위험부담과 비서직을 수락했을 때의 얻는 것.
그 보상이 너무나 달콤하게 느껴졌다.

특히 4500만원의 빚이 있는 장건배에게는 더욱 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하겠습니다....

-- 뭐라고?

-- 할게요. 비서직.


장건배는 주성재가 가지고 있는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되는 갈림길에서,
장건배는 돈을 택해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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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팀의 막내 생활을 하던 27살 남자 장건배. 갑자기 퇴사 위기를 맞게 되고 뜬금없는 대표의 여장 비서 역할을 제안 받는데... 비서로 돌아온 장건배를 노리는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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