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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여장소설] 마음대로

마음대로 스페셜 - 부산 여행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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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스페셜 - 부산 여행기 (2)

 

눈을 떠 보니 민국이 오빠가 내 앞에 있었다.
배경은 논산 육군훈련소 앞.


내가 지애가 되기로 결심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민국이 오빠는 군대에 가기로 결정했다.


내가 오강수 박사님의 프로그램에 들어가고,
대략 6개월 정도 오빠를 못 보게 되기 때문에,
오빠도 마냥 기다릴 수 만은 없다며 그 기간에 맞춰 군대에 가기로 했다.
내가 지애가 되지 않았다면 나도 군대에 갔어야 하지만,
지애가 되어, 오빠를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우리는 입대 시간보다 몇 시간 빨리 도착해,
근처 카페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민국이 오빠는 머리를 3mm로 밀어 처음 보는 어색한 모습이었다.
어깨 넘어 내린 내 긴 머리와 대비되어 더욱 오묘했다.


근처에는 몇몇의 커플들과, 가족들과 온 남자들이 착잡한 표정으로
여기저기서 마지막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지애야. 기다려줄 수 있지?

-- 당연하지. 나는 오빠 말고 아무도 없는걸.

-- 고무신 거꾸로 신으면 안 돼!

-- 당연하지.

-- 편지 꼭 써 줘.

-- 알았어. 나도 열심히 프로그램 잘 받아서,
    더욱 더 예쁜 지애의 모습이 되어 있을게.


민국이 오빠는 내 손을 꼭 잡았다.
오빠의 얼굴이 점점 흐릿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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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창문을 열어 놓았는지,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눈이 떠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방 안이었다.


지애로 살기로 마음먹은 지 약 7개월정도 지났다.
11월이 되었고, 나는 프로그램을 마치고 지애의 신분을 얻었다.


내 원래 나이는 올해 스물세살, 김수철이라는 남자였지만,
학교 후배인 동민이이의 인맥으로 인해
희귀 질병을 연구하는 오강수 박사님의 프로그램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스무살, 여자인 김지애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이불을 정리하고 시계를 보니 벌써 오전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 기차 시간이 1시 30분이었지..?
    늦지 않게 준비해야겠네.


나는 완전히 지애로 살아가게 되었다.
김수철일 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원래 내가 알고 지내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연락을 끊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을 지애가 되어 새로 만나게 되었다.
그야말로 다른 사람이 된 것이었다.


어제 캐리어를 싸다 잠이 들었기 때문에,
나는 어제 싸던 짐을 마저 쌌다.


-- 부산은 바닷바람 많이 불 테니까,
    좀 긴 팔로 챙겨가야겠지...?
    수영복도 챙겨야 하나...


혼잣말을 하며 캐리어에 옷을 넣었다 뺐다 고민하고 있었다.




띵동.



-- 누구지?


윤정이였다.
내 후배이자, 민국이와 이어지게 도와주었고
지애가 된 후에도 이것저것 챙겨주고 도와주고 있는 좋은 언니였다.


-- 언니...

-- ㅎㅎ 이제 일어났어?
    밥 안 먹었겠네.

-- 안 먹었지~
    짐 싸고 있었어.

-- 맞다. 오늘 만수랑 여행간다 했지?

-- 만수가 가자고 하도 졸라서...


사실 오늘은 만수랑 부산여행을 가는 날이다.
지금의 나는 군대에 있는 남자친구 민국이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만수랑 둘이 여행을 가는 게 
민국이 입장에서는 조금 불안할 수도 있지만,
뭐 상관없다.


내가 평범한 여자(?)도 아니고,
민국이는 지애가 된 후에도 친구보다는 
귀여운 동생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큰 일(?)이 벌어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윤정이는 바로 내가 방금 전까지 누워있던 이불에 들어가
뒹굴뒹굴하며 내게 말을 걸었다.


-- 이번 여행, 민국이 오빠가 허락한 거야?

-- 뭐, 대충 말해두기는 했지.
    만수랑 우정여행 떠난다구.

-- 우정여행이 사랑여행이 될 수도 있잖아.

-- 그럴 리 없어~~



나는 윤정이와 아침을 먹기 위해 옷을 갈아 입었다.

-- 언니, 나 이거 가져가도 돼?

-- 뭔데?

-- 우리 옷 맞춰입은 거.


윤정이와 나는 요즘 시밀러 룩이 유행이라 해서 옷을 맞춰 입었었다.
색깔과 디자인이 거의 비슷한 디자인의
원피스 두 벌을 같이 맞춰 입었었다.


-- 상관 없어.
   부산 가서 입던지 말던지~

-- 오케이~ 챙길게

-- 밥 먹자. 우리 지애, 뭐 먹고 싶어?

-- 음... 마라탕 먹을까?

-- 일어나자마자? 대단해!

-- ㅎㅎ...


윤정이는 칭찬(?)과 함께 나를 등 뒤에서 껴안았다.
나는 바둥대며 벗어나려 했지만 윤정이는 더욱 꼭 나를 안았다.


윤정이와는 이제 스킨쉽도 꺼리낌없이(?) 하는
정말 친한 언니동생으로 잘 지내게 되었다.

지애가 된 후로 아는 여자 친구들이 몇 명 생겼지만,
그래도 나를 잘 알고 있는 윤정이와는 그 중에서도 더 특별한 관계였다.






윤정이와 집을 나와 마라탕집에 갔다.
마라탕을 먹으며 우리는 여러 잡담을 나누었다.



-- 너는 생각 없다고 해도, 만수의 생각은 또 모르는 거잖아.
   남자들 속마음은 또 모르는 거야. 조심해야지.

-- 에이. 이미 만수는 나에 대한 마음을 예~전에 다 정리했어.
    만수는 이미 그냥 남사친 그 자체야.

-- 전에 좋아했다고 말했다며~
    그게 정리한다고 사라지겠어?
    그리고 민국이 오빠가 없는 지금, 기회라고 생각할 지도 몰라.

-- 그, 그런가?

-- 갑자기 만수가 다가오면 어떻게 할 거야?

-- 그럼 도망가야지 뭐.
    아니면 제압하던가.

-- 지애 넌 나한테도 힘으로 밀리잖아.

-- 엥? 아니야.


아무리 지애라고 해도 남자였던 자존심(?)이 있지,
힘으로 무시당하는 건 참을 수 없다.


-- 키만 크지 이 언니보다 덩치도 작으면서.

-- 칫...
   어쨌든 그럴 일 없어.

-- 언니 말 들어.
    딱 하루만 내가 시키는 대로 해.
    그 다음부턴 상관 없어.

--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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