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들/[여장소설] 마음대로

[여장소설] 마음대로 (53)

라치남 2020. 5. 15.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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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53화 - 추궁

 

 

 

눈을 뜨자 곧바로 머리가 지끈거렸다.

 

엄청 오랜만에 몸에 알코올이 들어가다 보니 숙취도 장난 아닌가 보다 싶은 순간,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만수가 눈에 들어왔다.

 

만수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채로 자고 있었다. 그나마 오바이트를 안 해서 다행이었다.

 

 

 

 

 

 

-- 어제 술 마시는게 아니었어...

 

 

 

 

 

 

혹시라도 만수가 일어났을 때 내 방을 보고 내가 남자라는 걸 알만한 물건이 있나 살펴봤지만,

 

여장을 꽤 오래 해왔던 터라 딱히 눈에 띄는 건 없었다.

 

어느새 옷장도 여자 옷들만 가득했다. 걱정되는 한 가지는 속옷이 거의 다 남성용 사각팬티가

 

꽤 있다는 것이었다. 아직 속옷까지 완전히 바꾸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옷장 안에 있기에 열어보지 않는 이상 뭐 들킬 리도 없고, 들킨다 하더라도 민국이 꺼라 하면 된다.

 

 

 

 

 

속이 울렁거려 해장라면이라도 끓일까 생각하던 순간 만수가 움직였다.

 

 

 

 

 

-- 으으으ㅡ..

 

-- 정신 좀 차려봐!

 

 

 

 

 

 

 

편한 내 자취방에서까지 여장을 하고 지애를 연기해야 하다니 너무 피곤했다.

 

빨리 만수를 방에서 몰아내고 (?) 싶었다.

 

 

 

 

 

-- 헉! 여기가 어디야?!

 

-- 어디긴.. 내 자취방이지.

 

-- 어제 술 먹은 뒤로 기억이 없어...

    집에 못 돌아간 거야?

 

-- 그대로 쓰러졌어.

    그래서 내 방에서 재운 거고.

 

-- 정말 미안해! 여자 자취방에 함부로 들어오는 거 아닌데..

 

 

 

 

 

 

내 방은 여자 자취방이 아니라서 상관없지만, 내 공간에 남이 있으면 귀찮은 건 사실이다.

 

여장을 하고 돌아다니면 아무래도 신경 쓸게 많은 만큼 피곤한데,

 

그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곳이 혼자 있는 내 방이기 때문이었다.

 

 

 

 

-- 괜찮아. 지금이라도 나가주면 돼.

 

-- 알았어. 당장 집 갈게. 진짜 진심으로 미안해..

 

-- 미안할 필요는 없어. 담부터 쓰러지지 마.

   술 적당히 마시고.

 

 

 

 

 

 

띵동~

 

 

 

 

 

 

 

갑자기 벨이 울렸다.

 

 

 

 

 

 

 

 

-- 누구야? 이 시간에..

 

 

 

 

문을 열자 민국이가 들어왔다.

 

 

 

 

-- 지애야. 괜찮지?

 

-- 난 괜찮아.. 걱정돼서 온 거야??

 

-- 어제저녁부터 연락도 안 되고... 술 먹고 뭔 일 생겼나 했지.

 

-- 만수가 쓰러졌긴 한데, 난 괜찮았어.

 

 

 

 

만수도 민국이가 온 걸 확인하고 급하게 따라 나왔다.

 

 

 

 

-- 형.. 죄송해요.

 

-- 뭐야. 너 왜 여깄어?

 

-- 어제 술 먹다 쓰러져서 지애 자취방에서 잠만 잤어요.

 

-- .... 그래. 알았으니까 빨리 나가.

 

 

 

 

 

 

 

만수는 급하게 신발을 신고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 지애야, 고마웠어. 다음에 보자!

 

-- 그래.. 조심히 가.

 

 

 

 

 

 

 

같이 해장이라도 하려 했는데 내 남자 친구인 민국이가 온 이상

 

만수도 계속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 어제저녁부터 왜 연락을 안 한 거야..

    얼마나 걱정했는데.

 

-- 걱정 많이 했어? 걱정 안 해도 돼.

    나 괜찮은 거 알잖아~

 

-- 뭐가 괜찮아. 만수가 무슨 짓 할지도 모르고...

 

-- 무슨 짓 한다고 내가 당할 것 같아? ㅋㅋ

 

 

 

 

 

 

 

민국이는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

 

 

 

 

 

 

-- 오빠, 나 씻어야 하는데...

 

-- 잠깐만 원래의 너로 돌아와 봐.

 

-- 뭐??

 

-- 지애 말고, 스물세살 남자 김수철로 돌아와 보라고.

 

 

 

 

 

 

 

갑작스러운 민국이의 태도에 당황했다.

 

나는 목소리의 긴장을 풀고 최대한 원래 내 목소리에 가깝게 말했다.

 

 

 

 

 

-- 무슨 일이야?

 

-- 너의 솔직한 지금 마음을 듣고 싶어.

 

-- 무슨 마음?

 

-- 너랑 최근에 데이트를 한 후, 너에 대한 내 감정이 훨씬 깊어졌다는 걸 알게 됐어.

 

    전에는 오랜 친구였던 너의 여장에 그냥 맞춰준다는 느낌이었거든.

 

    근데 나도 맞춰주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너에게 진심으로 대해달라고 했고 말이야.

 

    너도 나름대로 노력해서 정말 여자처럼 보일만큼 자연스러워졌고 말야.

 

    여장을 한지 오래되다 보니, 이제는 지애인 너의 모습이 내게 더 익숙해졌어.

 

     무슨 말이냐면, 이제 널 봐도 원래 너일때의 모습이 생각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민국이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나 역시도 거울을 보면서 혼란스러웠으니까...

 

민국이는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 이제 나에게게 너는 스무살 여대생 김지애로밖에 안 보인다는 거야.

 

   게다가 지금 연인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너에 대한 감정도 어느정도 생겨버렸어.

 

   특히 어제 너를 걱정하면서 너에 대한 감정을 다시 한번 느꼈지.

 

 

 

 

 

민국이의 감정이 이 정도인줄 몰랐다.

 

 

 

 

 

 

-- 물론 내가 좋아하는건 스무살 여자인 김지애고,

 

   내 성적 취향이 바뀐건 아니야. 여자인 너의 모습에 감정을 느낀거지.

 

   내가 막 남자를 좋아하게 된 건 아니야.

 

   무슨 말인지 알지..?

 

-- 알지..

 

-- 근데 지금 널 보면... 아무리 봐도 여자로밖에 안 느껴져.

 

   아무리 머릿속으로 남자라고 생각해봐도, 본능적으로 여자라고 느껴질 정도야.

 

   그래서 나는 네 생각이 궁금해.

 

   너가 여자가 된 건지. 여장을 하면서 단순히 연기를 하는 건지.

 

   그리고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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