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소설] 마음대로 (71)
마음대로 71화 - 카톡
몇 분 간의 시간이 정말 느리게 흘러갔다.
이것으로 내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쌓였던 모든 감정들을 풀어내려 했다.
만수는 이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묵묵히 받아줄 뿐이었다.
몇 분의 시간이 지나간 뒤, 만수는 아무말이 없었다.
-- 미안해할 필요 없어. 너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다르니까.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어. 너 때문이 아니니까.
나도 너와 좋은 친구로 남고 싶어.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도 노력해 볼게.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갈게.
만수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는 가만히 서 있는 만수를 뒤로 하고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방에 들어오자 마자 나는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내가 지금 뭘 한거지...?
만수랑 키스를 해버렸다. 그것도 내가 먼저.
내가 이상해진 건가? 아니면 정말 무언가에 홀린건가?
그저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여장을 풀고 샤워를 했다. 그 뒤 평범한 남자 옷으로 갈아입었다.
아직도 내가 한 일이 믿기지 않았다.
거울을 보고 혼잣말을 되뇌었다.
-- 만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만수를 속인걸로 모자라 키스까지...
진짜 미쳤나봐. 남자랑 키스라니...
머릿속에는 계속 그 장면만 생각났다.
-- 이왕 할 거였면 민국이랑..
민국이라니 제대로 정신이 나갔나보다.
잠이나 자야겠다 싶어 바로 누워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수정이한테 부재중 전화와 함께 카톡이 한 통 와 있었다.
-- 무슨 일이지..?
수정이가 저번에 말했던 수정이 남동생과의 마지막 여장의 일정이 잡혔다는 것이었다. (56화 참조)
일주일 후에, 여장을 하고 수정이네 본가 앞으로 가서 자기 남동생을 만나라는 얘기였다.
남동생과 함께 1박2일로, 크루즈 여행에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 아니, 무슨 크루즈 여행이야?
수정이네가 그렇게 돈이 많은 집도 아닌데, 갑자기 크루즈라니 무슨 로또라도 당첨된건가 의아했다.
수정이네 남동생은 전역한지 얼마 안 됐다고 하니 뭐 돈을 많이 모아놨을 수도 있었다.
-- 뭐 나야 좋지.... 여장도 하고.
아니지. 하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지.
수정이와의 마지막 약속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장을 해야 하므로
뭔가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가기 전 자기를 만나야 한다는 말과 함께 장문의 카톡은 끝났다.
어차피 나는 휴학도 했고, 시간도 널널하기 때문에 수정이와 오늘 만나야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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