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들/[여장소설] 마음대로

마음대로 스페셜 - 부산 여행기 (3)

라치남 2021. 6. 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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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스페셜 - 부산 여행기 (3)

 

 

엥? 수정이가 왜 기차에?



-- 뭐, 뭐야. 너 왜 여깄어?

-- 부산 여행가려고 왔지.
    재정이도 있는데 일단 따라와.


옆에 만수가 자고 있으므로, 
여기서 얘기하면 만수가 깨버릴 수도 있었다.
나는 수정이의 자리로 따라갔다.


수정이의 자리 옆에는 재정이가 팔짱을 끼고 앉아 있었다.


-- 야, 지애 왔다. (수정)

-- ????
   지애가 왜 여기 있어? (재정)

-- 아, 안녕... (지애)


수정이는 내 전 여자친구이자, 내가 여장을 시작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재정이는 수정이의 남동생이다.
전에 같이 선상 파티를 간 적이 있었다.



-- 여기 앞에 자리 비었으니까 여기 앉아봐. (수정)

-- 너도 같이 가는 거였어?
   내가 지애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고!
   역시 누나야. 서프라이즈가 있었구나~ (재정)

-- 아니. 그냥 여기서 우연히 만난 거야. (지애)


수정이의 얘기를 들어보니, 재정이가 전역하고 심심하다고
하도 놀자고 졸라서 같이 부산으로 놀러가는 거라고 했다.


-- 근데, 지애로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
    왜 다시 예전 모습으로 있는 거야? (수정)

-- 그게... 만수랑 둘이서 여행가는 거다보니
    조심해야 한다고 해서... 
    오빠가 이 모습으로 가라고 했어.(지애)

-- 오빠?? 민국이? (수정)

-- 응. (지애)

-- 남자랑 둘이 가는 거야?
    그거 위험한데... 남자친구는 군대갔다며. (재정)

-- 응. 얼마 안 됐지. (지애)

-- 그냥 거기 파토내고 우리쪽에 붙어.
    나도 누나 버리고 너랑 놀게. (재정)

-- 응...? (지애)

-- 누나는 내려.
    재미도 없는 누나보다는 귀여운 동생이랑 노는 게 낫지. (재정)

-- 아니, 기껏 같이 가줬더니 뭐라는 거야 (수정)


말싸움으로 번진 이 특이취향 남매를 지켜보다가,
나는 슬며시 빠져나와 내 자리로 돌아갔다.


자리로 돌아오니 만수는 아직도 자고 있었다.
나는 휴대폰을 뒤적거리며 심심함을 풀다, 금방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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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애야.

-- 음...?

-- 지애야! 일어나!


눈을 떠 보니, 어느새 부산역에 도착해 있었다.
수정이와 재정이도 내가 자는 사이에 말도 없이
먼저 내린 것 같았다.





-- 와~~~ 부산은 역시 따뜻하네.

-- 11월인데도 날씨 좋다.
    지애야. 뭐 먹고 싶어?

-- 음... 돼지국밥?
    잠시만 기다려봐.


나는 캐리어를 들고 황급히 화장실로 향했다.

부산까지 왔는데, 이런 답답한 모습으로 있을 순 없지.
부산에 어울리는 하늘색 원피스로 갈아입었다.

무릎까지 오는 기장에 허리춤에 리본이 달려있는,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이 드는 원피스였다.


-- 짠~ 어때?

-- 와...


만수는 내 옷차림에 감탄(?)을 표했다.
방금 전까지 남자 옷을 입고 있다가
갑자기 여자 모습으로 바뀐 내 모습이 더 극적으로 보였을 수도 있다.

이제는 지애가 되었으므로 여자 옷을 입는 게 별 꺼리낌 없지만,
남자 옷에서 여자 옷으로 갈아입으면서 
예전의 여장할 때의 오묘했던 기억과 느낌이 떠올랐다.


-- 이제 밥 먹으러 가자.

-- 그래! 내가 방금 검색해봤는데,
    여기가 택시기사님들 추천 맛집이래.

-- 그럼 거기로 가자.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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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진짜 맛있다..!


나는 돼지국밥을 일주일 동안 굶은 사람처럼 마구마구 먹었다.
만수가 알아본 맛집은 정말 맛집이 맞았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부산 주민분들인 걸 보니,
지역 사람들도 인정하는 맛집이었다.

만수도 맛있는지 얼굴을 푹 숙인채 국밥 먹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나도 머리를 묶은 채 전투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 지애야.

-- 왜? (냠냠)

-- 내가 숙소는 예약 해뒀거든?

-- 응... (냠냠)

-- 내가 봤을 때 깨끗한 호텔로 했어.
    방도 두개 있고 화장실도 두 개라 괜찮을 거야.

-- 뭐가?

-- ???

-- 뭐가 괜찮은데?

-- 우리 둘이 가는 데 한 방에서 자기는 좀 그렇잖아...

-- 나는 상관 없어.

-- 어...?


나는 다시 만수 놀리기에 맛이 들렸다.
만수가 당황해하는 표정, 그 순수한 당황함에 나는 속으로 웃고 있었다.


-- 한 방에서 자면 무슨 일이 생기는데?

-- 아니 꼭 그렇다는 건 아니고....

-- 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민국이 오빠에게 너가 무슨 일을 당할 지 몰라.
    오빠 부대에서 운동 열심히 하고 있대.

--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진짜야.

-- 알지. 그냥 장난 쳐 본 거야~ ㅎㅎ


더 이상 하게 되면 만수가 국밥 먹다가 체할 것 같아서
내 장난은 여기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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