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단편소설] 절친의 부모님은 상남자 (3)
** 본 소설에 나오는 인물, 사건, 배경은 모두 허구입니다! **
1,2편과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1,2편을 보고 와주세요!
드디어 그 날이 되었다.
오늘을 위해 그동안 준비해온 터라 마치 거대한 수능시험이 다가온 것 처럼 긴장이 배가 되었다.
진남이는 내게 신신당부했다.
-- 무슨 일이 있어도, 너가 남자라는 사실을 절대 들켜서는 안돼.
-- 알았어. 안 들킬 것 같은데?
-- 내가 봐도 지금의 넌 여자로밖에 안보여.
그래도 의외의 부분에서 들킬 수 있는 거니까.
우리는 3개월정도 사귄 사이인거야.
이름은 김태빈 대신 뭘로 할까...
-- 김태녀 어때
-- 태순이로 하자. 이름은 그렇게 하고, 나머지는 너가 맘대로 지어도 돼.
하지만 잘 기억해서, 헷갈리지만 않게 하고.
-- 오케이. 그럼 이름은 김태순, 너랑 동갑에 외동딸로 한다.
-- 이거 입어.
진남이는 내게 카라가 있는 검정 원피스를 내밀었다.
아무래도 부모님을 뵙기 때문에 좀 더 단정한 룩이 나을거라 판단했다.
-- 가발 잘 씌워졌나 확인하고,
-- 오케이.
부모님은 오후 2시 넘어서 오신다고 하셨으므로 나는 슬슬 나갈 준비를 했다.
같이 사는 친구는 내가 아닌 제 3의 친구고, 나는 진남이의 여자친구로
가끔 진남이의 자취방에 놀러오며, 오늘은 부모님 얼굴도 뵐겸 진남이의 집에
방문했다는 설정이었다.
혼자 밖에 남겨진 나는 딱히 할게 없었기에 게임이나 할 겸 PC방에 들렀다.
부모님이 오시면 진남이가 연락을 주기로 했기 때문에 2시간정도 남아있었다.
-- 오늘따라 게임도 안 풀리네..
팀운이 안 따라줘 이길 수 있는 판을 내리 져버리고, 결국 두시간이 훌쩍 지났다.
진남이의 카톡을 받고, 나는 마지막으로 최종점검을 한 후 진남이의 집 앞에 도착했다.
-- 후... 나는 김태순. 김태순이야.
들어가려는 순간 문이 열리고, 30대로 보이는 아저씨가 반갑게 인사했다.
-- 자네가 진남이 여자친구인가? 들어와.
-- 네..
생각과는 다른 인상과 털털함에 나는 더욱더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 자 식탁에 앉아봐.
-- 넵.
식탁에는 태남이와 태남이의 어머니로 보이는 분이 앉아계셨고,
태남이의 아버지로 보이는 분이 내게 앉으라 하셨다.
-- 나부터 소개하지. 나는 진남이 아빠고, 사업 일을 하고 있다.
여기는 진남이 엄마, 마찬가지로 사업을 같이 하고 있어.
항상 일 때문에 진남이를 많이 못 보는데, 진남이랑 같이 있어줘서 고맙다.
-- 아니에요. 제가 더 감사하죠.
공손한 (?) 자세와 말투로 나는 대답했다.
진남이 아버지는 내 소개를 기다렸다.
-- 저는 김태순이고, 진남이랑 사귄지는 3개월정도 됐어요.
-- 누가 먼저 고백했지?
-- 제가 먼저 했습니다.
말이 꼬이지 않기 위해 진남이가 먼저 대답했다.
진남이는 자기 부모님인데도 바짝 긴장한 표정이었다.
-- 진남이 못 본 사이에 많이 컸구나.
사나이는 그래야지. 그래야 좋은 아내를 얻는거야~
진남이 아버지는 호탕한 웃음을 지으셨다.
나는 혹시 들킬까봐 긴장해 땀을 뻘뻘 흘렸다.
-- 우리는 진남이 얼굴만 보기 위해 온거고, 우리가 20대의 연애를 방해해선 안 되겠지.
자, 카드 받아라.
-- 아..?
갑자기 진남이 아버지는 내게 검정카드를 주셨다.
500만원이 들어있는 카드다. 진남이와 데이트할 때 쓰거라.
대신 진남이 옆에 오래오래 있어야 한다.
-- 이런걸 받아도 될지...
-- 받아도 돼. 대신 다음에 보러 올 테니 그 때까지 헤어지면 안된다.
마음이 식으면 반납하고.
-- 아녜요. 뜨거운(?) 사랑 하겠습니다.
나도 모르게 자본주의의 노예가 된 것 마냥 자동반사적으로 카드를 지키기 위해
대답이 튀어나왔다. 진남이 아버지의 호쾌한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 비행기 시간이 다 됐네. 가자 여보.
-- 그래. 태순양. 자주 지켜볼 테니까. 우리 진남이 잘 챙겨줘요.
-- 네!
그렇게 바람이 휘몰아치듯 진남이 부모님은 떠났다.
정신을 차려보니 남은 건 진남이와 나, 검정카드 뿐이었다.
-- 다행히 금방 가셨네.
-- 너네 부모님... 되게 쿨하시다.
-- 벤처기업으로 성공하신 만큼, 사업가 기질이 있으신 거지.
-- 나, 너 여자친구 역할 더 하면 안되냐?
-- 왜?
-- 부모님이 주신 카드 써야지.
-- 그러던가.
그렇게 나는 진남이의 여자친구 역할을 방학이 끝날 때 까지 계속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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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세요.
-- 네. 시키신대로 했습니다.
-- 고생하셨어요. 잘 해주셨습니다.
약속하신 금액 보내드렸습니다.
혹시 두달정도 뒤에도 가능하신가요?
-- 네. 물론이죠.
--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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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절친의 부모님은 상남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