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들/[여장소설] 마음대로

[여장소설] 마음대로 (65)

라치남 2020. 8. 2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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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65화 - 속마음

 

 

 

 

꽁꽁 숨겨왔던 머리카락이 흩날리자, 내 머릿속은 하얘졌다.

 

 

 

 

 

 

 

 

 

 

 

-- 윤정아 이 머리는..!

 

-- 머리는 뭐? 이미 다 들켰으니까 말도 안 되는 변명 하면 오빠는 죽는 거야.

 

 

 

 

 

 

 

 

 

 

 

 

 

 

 

이미 단발까지 기른 내 머리를 본 이상 내가 지애라는 걸 모를 리가 없었다.

 

도저히 둘러댈 방법이 없었다. 그저 내가 지애였다는 걸 인정하는 수밖에..

 

 

 

 

 

 

 

 

 

 

 

 

 

 

-- 미안해..

 

-- 차근차근 다 설명해봐. 왜 여장을 하고 다닌 거야?

 

 

 

 

 

 

 

 

 

 

 

 

민국이에게 처음 들킨 이후 두 번째로 여장하는 것을 들켰다.

 

민국이에겐 수정이가 시켰다고 말했지만, 윤정이는 내게 마음이 어느정도 있고,

 

불나방같은 성격으로 봐선 수정이가 강제로 시켰다고 하면 수정이에게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

 

 

 

 

 

 

 

 

 

 

 

-- 여장하는 건 내 취미야...

 

-- 수정이 언니는 알고 있어?

 

-- 수정이도 알고 있지. 그래서 결국 헤어졌어.

 

-- 세상에. 오빠가 그런 취향인 줄 꿈에도 몰랐네.

 

 

 

 

 

 

 

여장을 들킨 걸로도 모자라 내가 여장을 하고 싶어서 했다고 말하는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심지어 학교 동아리 후배한테..

 

 

 

 

 

 

 

-- 모자는 다시 쓰게 해주면 안 될까? 사람들이 볼 수 있으니까..

 

-- 알았어. 다시 써.

 

-- 고마워.

 

 

 

 

 

 

 

 

이미 윤정이를 속인 죄인이 된 입장에서 윤정이에게 부탁할 수 밖에 없었다.

 

 

 

 

 

 

 

 

-- 그러면 민국이 오빠랑 그때 사귄다고 했던 건 뭐야? (37화 참조)

 

-- 아..! 그건 말이지..

 

 

 

 

 

 

 

 

 

 

그 때 민국이가 나 (지애) 를 여자친구라고 소개하는 바람에 윤정이는 지금까지

 

민국이와 내가 사귀는 걸로 생각하고 있었다.

 

 

 

 

 

 

 

 

 

 

 

-- 여장을 하고 남자를 만나는게 취미인 거야? 민국이 오빠는 알고 있는 거지?

 

-- 알고 있지.

 

-- 아니 그럼 어떻게 된 거야?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

 

 

 

 

 

 

 

 

 

 

 

 

이건 자칫 나 뿐만이 아니라 민국이마저 오해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내 선에서 끝내야 한다.

 

 

 

 

 

 

 

 

 

 

-- 민국이는 내가 만나자고 한 거야. 민국이는 나를 위해서 만나준 거고.

 

-- 오빠는 그럼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

 

 

 

 

 

 

 

 

 

 

 

물어보는 윤정이의 목소리에는 떨림이 가득했다.

 

 

 

 

 

내가 여장을 하고 민국이랑 연애를 해봤지만, 그 때 느꼈던 두근거림은 여장과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짜릿한 느낌 때문이지 민국이에 대한 감정이 있어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장을 하고 여자처럼 행동하다보면 어느새 다른 여자들이 동성으로 느껴지고,

 

남자들이 이성으로 느껴질 만큼 몰입했던 때가 있었다.

 

 

 

 

 

 

 

 

 

 

 

 

 

-- 여장을 할 때는 김수철의 내가 아닌 김지애의 여자애로 나를 생각했어.

 

   지애라는 사람에 몰입해서 여자로 생활하다보니 민국이랑 그렇게 된 것 같아.

 

 

-- 오빠는 그럼 지애로 살고 싶은거야?

 

 

 

 

 

 

 

 

 

 

지애로 살고 싶냐는 윤정이의 말에 나는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 조차 숨겨왔던 속마음이 읽혀버린 기분...

 

여장을 그만 두고 모두 잊기로 마음먹었지만 오늘 또 여장을 하기로 결심했다.

 

또 한번 여장을 하고 지애로 살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전에 수정이가 말했던 것 처럼, 지애라는 또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해방감과 짜릿함을

 

앞으로 여장을 그만둔다 해도 잊지 못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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